요르고스 란티모스의 「더 랍스터」(2015)가 11월 11일 CGV 에서 다시 개봉한다. 2015년 10월 국내에 처음 걸린 뒤 11년 만이다. 이번 재개봉은 CGV 단독이고 자막을 새로 번역했다. 마흔다섯 날 안에 짝을 찾지 못하면 동물이 되어야 하는 호텔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란티모스가 처음 영어로 찍은 영화로, 2015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았고 제89회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에도 올랐다.

위쪽에 뒤집힌 호텔 풍경, 아래쪽에 산길을 나란히 걷는 콜린 파렐과 레이첼 바이스를 넣은 「더 랍스터」 재개봉 포스터.
재개봉 포스터. 호텔이 있는 풍경을 거꾸로 뒤집어 위에 두고, 아래에는 산길을 나란히 걷는 콜린 파렐과 레이첼 바이스를 넣었다. 찬란

영화 이야기는 극장에 맡기고, 이 글에서는 감독의 다른 작업을 본다. 란티모스는 사진을 찍는다. 영화 촬영장에서 장면과 장면 사이에 필름 카메라를 꺼낸다. 2024년부터 그렇게 찍은 사진으로 사진집 세 권을 냈고, 로스앤젤레스와 아테네, 토리노에서 사진전을 열었다. 내년 2월에는 암스테르담에서 다음 전시가 열린다.

열아홉에 산 카메라

란티모스는 열아홉 살에 영화 학교에 들어가면서 카메라를 샀다. 지난해 사진 잡지 에이퍼처(Aperture)와 나눈 인터뷰에서 그는 처음에는 별 목적 없이 이것저것 찍었다고 말했다. 그때 들여다본 사진가로 로버트 프랭크, 다이앤 아버스, 스티븐 쇼어를 꼽았다.

그는 스스로 낯을 많이 가린다고 말한다. 그래서 길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다가가 사진을 찍기가 쉽지 않았다. 영화를 만들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촬영장에서 사진을 찍었다. 낯선 거리보다 그쪽이 훨씬 편했다고 한다.

카메라는 주로 중형을 쓴다. 영국 잡지 모노클(Monocle) 2026년 5월호에 따르면 플라우벨 마키나 67, 마미야 7, 펜탁스 67을 번갈아 쓰고, 요즘은 핫셀블라드를 든다. 사진은 모두 필름으로 찍는다. 아테네의 영화 편집실 옆에는 직접 암실도 만들었다.

“인물 사진 찍을 시간!”

「가여운 것들」(2023)은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대형 촬영소에서 찍었다. 란티모스는 그곳에서 장면을 바꾸느라 몇 초라도 틈이 나면 “인물 사진 찍을 시간!”(Portrait time!)이라고 외치고 대형 카메라를 꺼냈다. 이때 찍은 흑백 사진은 모두 대형 카메라로, 컬러 인물 사진은 중형 카메라로 찍었다.

헌팅캡을 쓰고 체크무늬 재킷을 입은 인물이 두 손을 모은 채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 선 흑백 초상.
《Dear God, the Parthenon is still broken》에 실린 흑백 초상. 헌팅캡을 쓴 인물이 두 손을 모은 채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뒤쪽 거리와 나무는 흐릿하게 뭉개졌다. Yorgos Lanthimos / Void, © Yorgos Lanthimos, 2024

촬영장 사람들도 따라 찍기 시작했다. 란티모스에 따르면 엠마 스톤은 필름을 넣고 음화를 현상하는 과정에 흥미를 붙였다. 「카인드 오브 카인드니스」(2024)에 출연한 제시 플레먼스는 필름 사진에 푹 빠졌고, 「부고니아」(2025)의 각본가 윌 트레이시도 필름 사진을 시작했다.

사진집 세 권

첫 사진집은 《Dear God, the Parthenon is still broken》(Void, 2024)이다. 아테네의 사진책 출판사 보이드에서 냈고, 「가여운 것들」을 찍으며 남긴 사진을 묶었다. 제목은 주인공 벨라 백스터가 아테네에서 “갓”, 곧 고드윈 백스터 박사에게 보내려던 엽서의 문장이다. 이 장면은 완성된 영화에서 빠졌다. 접힌 면을 양쪽으로 펼치는 페이지가 여럿 있는데, 펼치면 조명 장치와 비계, 붐 스탠드, 배경막처럼 세트 뒤편의 장비가 드러난다.

베이지색 천 표지에 제목을 찍은 면과 검은 가면 모양을 찍은 면, 그 사이의 책등.
《Dear God, the Parthenon is still broken》. 베이지색 천 표지에 제목을 찍은 면과 검은 가면 모양을 찍은 면, 그 사이의 책등. Void

두 번째 책 《i shall sing these songs beautifully》(MACK, 2024)는 「카인드 오브 카인드니스」를 찍은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나왔다. 112쪽 하드커버로, 제목은 고대 그리스 시인 사포의 시에서 가져왔다. 사진 사이사이에 란티모스가 쓴 짧은 글이 들어 있는데, 이 글을 넣자고 한 사람은 출판사 MACK 의 발행인 마이클 맥이다. 란티모스는 첫 책보다 흑백이 훨씬 많고 플래시를 많이 썼다고 말한다.

회청색 천 표지 가운데에 어둠 속에서 빛나는 백조 모양 얼음 조각을 찍은 흑백 사진을 붙인 책.
《i shall sing these songs beautifully》 표지. 회청색 천 가운데에 백조 모양 얼음 조각을 찍은 흑백 사진 한 장을 붙였다. Courtesy of the artist and MACK
문이 열린 차 옆, 물 자국이 번진 보도 위에 굽 높은 샌들을 신은 두 다리가 서 있는 흑백 사진.
같은 책에 실린 사진. 문이 열린 차 옆, 물 자국이 번진 보도 위에 굽 높은 샌들을 신은 두 다리가 서 있다. Courtesy of the artist and MACK

세 번째 책 《VISCIN》(MACK, 2026)은 「부고니아」를 찍은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와 영국 헨리온템스의 촬영지 주변에서 찍었다. 아코디언처럼 길게 이어 접은 병풍 제본(레포렐로)이다. 마이클 맥에 따르면 란티모스는 이야기가 풀려나오듯 펼쳐지고 책 자체가 하나의 조각품처럼 보이는 형태를 원했다. 사진은 영화 줄거리와 상관없이 세트 언저리의 사물이나 짧은 순간을 담았다.

사진전, 다음은 암스테르담

첫 사진전은 2025년 3월 28일부터 6월 20일까지 로스앤젤레스의 웨버 갤러리에서 열렸다. 앞의 사진집 두 권에 실린 사진이 중심이었다.

올해 3월 7일부터 5월 17일까지는 고향 아테네의 오나시스 스테기에서 사진 182점을 걸었다. 그리스에서 연 첫 사진전이었고, 마이클 맥이 기획을 맡았다. 네 묶음 가운데 셋은 세 영화의 촬영지 주변과 세트에서 찍었다. 나머지 하나는 이 전시에서 처음 공개한 개인 사진으로, 혼자 아테네를 걷거나 에게해의 섬을 찾아가 찍었다. 《VISCIN》은 이 전시의 개막에 맞춰 나왔다.

고개를 돌린 개의 얼굴을 가까이 찍은 흑백 사진. 눈가에 초점이 맞았고 배경은 흐리다.
아테네 사진전 안내에 쓰인 사진. 고개를 돌린 개의 얼굴을 가까이 찍었다. Courtesy of Yorgos Lanthimos / MACK, © Yorgos Lanthimos, 2024

4월 9일부터 6월 2일까지는 이탈리아 토리노의 사진 축제 엑스포즈드(EXPOSED)에서도 전시가 열렸다. 「가여운 것들」과 「카인드 오브 카인드니스」를 찍으며 남긴 사진을 산 미켈레 아르칸젤로 성당의 지하 공간에 걸었다. 세 전시는 모두 막을 내렸다.

다음 전시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사진 미술관 FOAM 에서 열린다. 2027년 2월 12일부터 6월 6일까지 사진 180점 가까이를 네 묶음으로 건다. 셋은 뉴올리언스와 애틀랜타, 헨리온템스의 촬영지 주변과 부다페스트 촬영소의 세트에서 찍었다. 나머지 하나는 고향 그리스에서 지금도 이어 찍고 있는 개인 작업이다. 이번에도 마이클 맥이 기획을 맡는다. FOAM 은 2027년 9월에 네 번째 사진집 《no word for blue》가 나온다고 밝혔다.

영화와 사진 사이

란티모스는 모노클 인터뷰에서 사진을 입가심에 빗댔다. 영화 한 편을 찍고 나서 입안을 헹구듯 사진을 찍는다는 말이다. 영화처럼 많은 사람과 돈, 계획이 없어도 된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줄거리에서 풀려나면 건물이나 풍경을 더 단순하게 볼 수 있다고도 했다. 촬영장에서 셔터를 누를 때도 “먼저 나를 위해 찍는다”고 한다.

11월 11일 「더 랍스터」를 다시 본다면, 그가 최근 영화 세 편의 촬영장에서 무엇을 보고 셔터를 눌렀는지도 함께 들여다볼 만하다. 영화의 한 장면과 사진집의 한 컷은 얼마나 닮았고, 또 얼마나 다를까?

정보

  • 재개봉 「더 랍스터」(The Lobster, 2015), 2026년 11월 11일(수), CGV 단독, 새 번역 자막
  •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
  • 출연 콜린 파렐, 레이첼 바이스, 올리비아 콜먼, 존 C. 라일리, 레아 세이두, 벤 위쇼
  • 수상 2015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 제89회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
  • 사진전 《Yorgos Lanthimos: Photographs》, FOAM(암스테르담), 2027년 2월 12일 ~ 6월 6일
  • 사진집 《Dear God, the Parthenon is still broken》(Void, 2024), 《i shall sing these songs beautifully》(MACK, 2024), 《VISCIN》(MACK, 2026)
  • 같은 날 재개봉 「라라랜드」(2016) 10주년 재개봉, 전국 극장. 35mm 필름에 2.55:1 시네마스코프 화면비로 찍은 영화다.